에스티아 2014. 7. 20. 23:10

백 의  세 계 : 환 영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픽션이며,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현실에서는 법규를 준수하고 모든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프롤로그-길재형>

 


[치이익- 당소 독수리 독수리 현 마이크부로 로미오파파 지점 점령하겠음]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날. 두 대의 헬기가 매섭게 몰아치는 비와 함께 나아가고 있다.

이윽고 그들 앞에 섬 하나가 나타난다. 어둡고 짖은 구름이 내려앉은 섬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선두로 향하던 헬기 한 대가 착륙을 시도한다. 뒤따라가던 헬기의 조종사 재형이 긴장된 표정을 짓는다.

 

[당소 참새집 당소 오 마이크 후에 착륙 시도]

 

재형의 손이 바빠진다. 고도를 서서히 낮춰 섬 내로 진입한다.

선두로 나가던 헬기는 이미 어두운 구름 속으로 들어가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섬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재형은 착륙하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이윽고 재형의 헬기가 구름 속에 진입한다.

이윽고, 그의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도심가로 보이는 곳에는 이곳 저곳 찌그러진 자동차가 나뒹굴고 있고, 번화가를 뒤덮은 시체들. 그리고 살아 있는 듯한 사람 몇 명.

아니,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시체 앞에 쭈그려 앉아있던 한 사람이 하늘을 바라본다.

시체를, 먹고 있다. 손에는 사람의 내장으로 보이는 빨간 덩어리를 쥐고서.

입가에 선명히 묻어있는 빨간 피.

 

마치, 살아있는 지옥을 방불케 한다.

 

[치이이이익- .......소.....수리.....착.....시도....이라.....]

 

무전기에서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나온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헬기가 조금씩 휘청거린다.

선두로 향하던 헬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치이익-]

 

노이즈만이 울려퍼지는 무전기.

재형은 착륙지점을 확인한다. 어느 초등학교의 운동장이다.

그러나 그의 눈 앞에는 운동장은 커녕 학교라 생각되는 건물조차 보이지 않는다. 재형의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불현 듯 바람이 무척 거세지고, 헬기가 중심을 잃고 심하게 휘청거린다. 곧 헬기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회전한다.

 

"손에 잡을 수 있는 아무거나 꽉 잡아!"

 

재형은 필사적으로 조종대를 잡고 착륙할 지점을 찾는다. 눈 앞에 넓은 공간을 가진 건물 옥상이 보인다.

 

"불시착한다. 모두 꽉 잡아!"

 

재형의 헬기가 빠른 속도로 건물 옥상으로 내려간다.

 

 

 

*

 

"헉!"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뜬다. 처참하게 부서진 조종석에 앉아 있는 재형.

옆에 타고 있던 조종사는 앞을 바라본 채 새빨간 피를 흘리고 있다. 재형은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의자에서 빠져나온다. 나가기 전 그의 눈을 감겨준다.

헬기에서 빠져나오자, 세차게 내리는 빗 속에 대원 2명이 앉아 있다.

 

"나머지는?"

 

재형의 말에 대원 한 명이 고개를 내젓는다.

 

"한 명은 헬기 밖으로 떨어져 나갔고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각자 김홍조와 이상철이라는 오버로크를 가슴에 새긴 군인이다.

재형은 마음을 추스르고, 건질 수 있는 모든 물품을 죄다 끌어모았다. K-2 소총 3정, K-1 기관단총 2정, K-5 1정, 탄약 600여발, 세열수류탄 4개, 전투식량 6개, 손전등 2개.

재형은 둘을 불러모으고 차분히 입을 연다.

 

"무전기가 고장났다. 불시착 이전부터 앞서 나가던 1팀과는 교신이 끊겼고. 1팀을 우선 찾아봐야 겠다."

 

두 대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이 건물을 내려가야겠지."

 

각자 총을 두 정씩 매고 식량을 두 개씩 배분한 뒤 셋은 옥상 문 안으로 향한다.

 

건물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채.

 

 

-15층-

곳곳에 나뒹구는 휠체어와 링거대, 하얀 인테리어를 보아 이 건물은 병원인 것 같다.

밖은 비가 그칠 줄 모르게 퍼붓는다. 건물 내부는 빛 하나 없는 어둠 그 자체.

재형이 선두로 손전등을 비추어 나가고, 홍조가 후방을 경계하면서 셋은 앞으로 나간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건물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계단을 찾아 건물을 계속 돌았으나,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

건물 구조는 ㅁ자 형태로 되어 있어 같은 곳을 계속 맴돌게 되어 있다.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

 

재형은 자리에 주저 앉는다. 가슴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든다.

 

"잠시 쉬었다 가자."